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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결 갤러리

자가 노트


존재는 결의 깊이만큼 자신에게 새겨진다.

인간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지 않는다. 시간과 관계, 기억을 겪으며 끊임없이 자신이 되어간다. 

살아낸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의 안쪽에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 흔적을 '결'이라 부른다.

'다결'은 무수한 결이 쌓인 상태를 뜻한다. 결은 삶을 통과하며 조금씩 달라지고, 깊어지고, 자유로워진 흔적이다. 

존재를 하나의 무늬로 가두지 않고, 오히려 풀어놓는다. 존재는 하나의 본질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겪어온 시간의 층위로 이루어진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결을 색과 재료를 통해 드러낸다. 

색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색도 캔버스와 원단 위에서 서로 다른 깊이와 움직임을 얻는다. 색이 재료를 만날 때 비로소 고유한 결이 생겨난다.

캔버스는 흐르는 색과 시간을 한순간에 붙잡아 남긴다. 

원단은 색을 몸 위에 놓아 움직이고, 접히고, 닳게 한다. 

회화가 남겨지는 결이라면, 패션은 입혀지는 결이다. 

두 매체는 서로 다른 형식을 지니지만, 존재가 시간 속에서 지어지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하나의 작업이다.

가까이에서 각각의 결은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을 품고 있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면 그 모든 흔적은 이어져 하나의 존재를 이룬다.


나는 존재를 완성된 형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낸 시간이 남긴 색과 결을 따라간다. 

나의 작업은 그 흔적을 발견하고, 쌓고, 다시 드러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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